넘어진 선수에게서 받은 감동
  • 201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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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 선수에게서 받은 감동

 

김일영 (동행교회 담임/가정사역자)

 

  개회 전부터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2016 리우 올림픽이 폐막을 앞두고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중입니다. 언제나처럼 금번 올림픽에서도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되고 있고, 숱한 화제를 뿌리며 경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는 당초 목표대로 금메달 10개를 따서 종합 10위 안에 들 수 있을까 온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양궁이 남녀 단체와 개인 우승을 휩쓸며 최초로 금메달 4개를 모두 거머쥔 것은 이번 대회 최고의 성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크리스챤인 장혜진 선수가 한국 선수단에서 유일하게 2관왕이 되었는데, 그녀가 순간순간 하나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면서 화살을 쏘았고,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일을 할 수 있느니라”는 말씀(빌 4:13)을 외우면서 활 시위를 당겼다는 고백을 듣고 진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런던 올림픽 때는 선발전 4위의 성적으로 아깝게 출전이 무산되어 만 30세에야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늦깎이 선수였지만,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는 기도 세레머니로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안겨준 여궁사가 참으로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의 또 다른 감동은 넘어진 육상 선수들에게서 받을 수 있었습니다. 먼저는 남자 육상 1만 미터 경기에서 영국의 육상 선수 파라가 보여 준 불굴의 투지에서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파라 선수는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5천 미터와 1만 미터를 석권하여 2관왕에 올랐기에 이번 올림픽에서도 우승이 예상되던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400미터 트랙을 25바퀴 도는 이 경기에서 그는 아홉 바퀴를 돌던 중 다른 선수와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하마터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고, 자신의 페이스도 잃을 뻔한 순간이었습니다. 다리가 풀릴 법한 상황이었으나, 그는 기어이 다시 일어나 자신을 걱정하는 자국민들과 현장의 관중들에게 엄지를 치켜세워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맨뒤로 처져 있던 그는 한 사람씩 제치더니 이윽고 맨 앞으로 치고 나갔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마지막 25바퀴째에서 케냐의 젊은 선수에게 추월을 당하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우승에서 멀어질 것 같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그는 놀라운 스퍼트를 발휘하며 간발의 차로 맨 먼저 결승선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쓰러지고, 처지고, 추월 당하면서 여러 번의 고비를 만났지만 결국엔 올림픽 2연패를 이루어낸 것입니다. 그는 육상 선수로서는 작은 키인 165cm에 불과한 사람이었지만, 그 모든 악조건을 물리치고 결국엔 승리하여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 주었습니다. 우리가 인생길에서 넘어지지 않고 잘 달리는 데만 감동이 있는 게 아닙니다. 성공하는 데만 감동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넘어지고 실패했어도 다시 일어나는 데 더 큰 감동이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여자 장애물 3000미터 경기에서 극적으로 결승 티켓을 획득한 에테네쉬 디로가 전해 준 감동 스토리입니다. 디로는 최빈국 에티오피아 출생이지만 불굴의 노력으로 세계 육상계의 샛별로 떠오른 선수입니다. 그런데 3000미터 장애물 달리기 예선 경기를 치르던 도중에 추격하는 선수가 넘어지는 바람에 디로 역시 같이 넘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곧바로 다시 일어나서 뛰기 시작했지만, 이미 그녀의 운동화는 찢어진 상태였습니다. 디로는 어쩔 수 없이 잠시 멈춰서서 찢어진 신발을 벗어던졌고 이내 양말까지 벗어버렸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렸습니다. 그렇게 맨발로 허들과 물웅덩이를 통과했건만, 디로의 성적은 전체 24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15명이 뛰는 결승전에 오를 수 없게 된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대회 진행요원들의 손에 부축을 받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경기장에 모인 많은 관중들이 그녀에게 아낌 없는 격려의 박수갈채를 보낸 것은 물론입니다. 다행히도 경기 이후 국제육상경기연맹은 충돌 상황을 판독한 뒤 디로에게 결승행 티켓을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녀의 투혼이 결코 헛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때로는 인생길에서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고 주변 사람들에 의해 손해를 보면서 낙심되는 상황을 자주 만나게 되는 우리들에게 그녀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뛰면 나중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위로와 용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끝으로 소개하고 싶은 여자 육상 5000미터 경기에서는 서로를 배려하는 올림픽 정신이 빛났습니다. 예선전에 출전한 뉴질랜드 선수 햄블린은 결승선을 2000미터나 남겨놓고 속도를 내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바로 뒤에서 그녀의 뒤를 따라오던 미국 선수 다고스티노와 다리가 엉켜서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은 탓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함께 넘어졌던 다고스티노가 햄블린에게 친절하게 손을 내밀었던 것입니다. 다고스티노는 망연자실한 햄블린을 향해 “일어나서 끝까지 뛰자”, “경기를 마쳐야 한다”면서 독려했습니다. 둘은 그날 처음 본 사이였지만, 다고스티노의 한 마디에 넘어져 있던 햄블린은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햄블린을 격려했던 다고스티노는 곧바로 달릴 수가 없었습니다. 넘어질 때 바닥에 무릎을 부딪혀서 심한 통증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반대로 햄블린이 힘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다고스티노가 일어나는 것을 도운 뒤 계속 그녀를 살피며 달렸습니다. 햄블린은 “조금만 더”를 외쳤고 결국 두 사람 모두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결승선에서 두 사람은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포옹했습니다. 두 사람에게는 뜻밖에도 결선 진출의 기회까지 주어졌습니다. 경기 감독관이 충돌 과정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보고 결승전에 나갈 수 있는 어드밴티지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넘어진 뒤에 스스로 용기를 내어 일어나 다시 뛰는 선수도 훌륭하지만, 넘어진 선수를 독려하며 일으켜 주는 선수 역시 더욱 훌륭합니다. 성적보다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올림픽 정신을 통해, 우리는 이 사회에서 주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할지를 배우게 됩니다. “아듀, 리오데자네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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